1. 지난 토요일(6.13) 우리는 대대적인 교회 이사를 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아침 식사를 하였습니다. 영어권 미혼 청년들이 식사를 준비했는데 저는 도넛이나 베이글하고 커피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베이글은 물론이고 아침부터 부엌에서 굽고 볶고 요리를 직접 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밝고 즐거운 모습들이었는지, 아침부터 하나님께서 큰 감동을 주셨습니다.

2. 아침 식사할 때만 해도 많은 분들이 오지 않아서 오늘 중으로 일을 다 끝낼 수 있으려나 생각도 했고 또 날씨가 90도가 넘고 열풍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라 큰 어려움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남녀노소가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교회 영어권의 중고대, 청년들, 정말 대단했습니다. 여자들이 남자들 같이 일하는 거 있지요. 그 무거운 짐들을 척척 날랐습니다. 한 명도 힘든 표정을 하거나 불평, 짜증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 교회로 들어오는 흑인 교회 성도들은 우리와 좀 다릅디다.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일을 일로 하는데 그분들은 음악 틀어 놓고 노래 불러 가면서 가끔씩 춤도 추기도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일하더군요.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 일을 그렇게 하면 일이 안되나 봅니다. 그냥 죽을힘을 다해 일했습니다. 아마 우리가 그분들처럼 했으면 어제 일 다 못 끝냈을 겁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니 힘이 쑥 빠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제 절반 정도 끝났는데 지쳐서 힘을 잃고 주저앉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때 돕는 사람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한 명 두 명 인원은 계속 불어났고 한 명이 올 때마다 지쳐 있던 분들은 이상한 힘이 솟았다고 고백했습니다. 늦게 오신 분들은 마치 오후 3시 5시에 포도원에 들어온 사람들처럼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고 조금씩 합류하게 된 것이 더 잘되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 요령부리는 사람도 없었고 쉬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용기를 떨어뜨리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분명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힘과 에너지 이상의 것으로 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수영장에 더 이상 쌓을 곳이 없다는 연락이 왔지만 하나라도 더 가져가고자 하는 알뜰 교인들의 열심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몸이 부서져라 일했습니다. 뜨거운 날씨도 그 엄청난 짐들도 우리를 이기지 못했고 결국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그렇죠?

3. 오후 6시쯤 마지막 차가 떠난 후 교회에 맨 마지막에 저 혼자 교회에 남았습니다. 15년 간 정들었던 교회를 이제야 정말 떠나는 구나 생각하면서 교회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습니다. 먹고 자고 집같이 지냈던 저의 사무실, 15년을 거의 매일 새벽 기도했고, 특별 새벽기도 주간이면 침낭 하나 들고 자면서 기도했던 영어권 예배실, 온 성도가 함께 예배드렸던 대예배실, 친교실, 부엌, 지회실. 어린이들의 추억이 스려 있는 놀이터, 6가지 과일 나무 아래를 지나 제가 조깅했던 잔디밭과 농구장을 지나 석양에 밝은 해를 옷입고 선교회의 십자가 탑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마지막 교회 투어를 마쳤습니다.

4. 급히 집으로 가신 분들도 있었지만 저녁에 약 100명 가까운 교인들이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일했다가 한 곳에서 만나니까 서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넌 어디서 일했어? 하니까 난 Tabor Rd의 main campus에서 일했다고. 이렇게 서로 다른 곳에서 각각 일하다가 한 장소에서 만나 식사를 하는데 정말 천국의 식사 장면 같았습니다.

저는 이번에 우리 교회 성도들의 사랑과 열심, 희생과 봉사를 보면서 이미 앰블러 산지를 점령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또 한 번 제일장로교회 담임목사인 것이 자랑스러웠고 이런 교인, 이런 2세, 3세 자녀들을 둔 우리 교회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하나 됨의 힘이라면 새로운 40년을 시작하는 이 앰블러 산지도 능히 점령할 수 있다고 확신을 했습니다.

5. 출애굽과 광야, 가나안 정복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전설이요 영웅, 여호수아와 함께 남은 유이한 출애굽 1세대자인 갈렙. 얼마든지 편안한 땅 노른자위 땅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그는 3미터 거인족 아낙 자손들이 사는 헤브론 산지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45년 전 하나님은 발로 밟는 땅을 주신다고 약속하셨는데 발로 그 땅을 밟아본 사람은 자신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정복을 완료하지 못한 가나안 땅 한 복판에서 45년 동안 변치 않은 믿음으로 외쳤던 갈렙의 신앙고백을 이 아침에 우리도 한 번 외쳐보기를 원합니다. “이 산지를 우리에게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