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뉴욕에서 열리는 암송대회(구약 50, 신약50, 총 약 300구절 정도)에서 1등을 차지한 안수경 사모의 소감문입니다.
한글도 영어도 아닌 제 3의 언어-영어(靈語) 안수경
5번째 참가하는 암송대회. 금년에는 영어 암송을 도전할 생각을 가졌습니다. 미국에 15년 째 살면서 여전히 이방 언어인 영어에 대한 도전 의식이 한몫 했지만, 그보다는 2세 3세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말(영어)은 잘 못하지만 영어 성경을 암송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그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글 암송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년부터 일찌감치 암송을 시작해서 1월쯤에 한글 암송을 거의 끝내고 본격적으로 영어 암송에 들어갔습니다. 뜻밖의 임신을 하게 되어 태어날 4번째 아이를 생각할 때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까지 하면서 영어 암송에 박차를 가했고 한글 성경에서 깨닫지 못한 감동 또한 컸습니다.(4째 아이는 8주 만에 유산...)
한글 성경에서 느끼지 못한 감동과 은혜가 컸지만, 그러나 여전히 남의 나로 언어로 320구절을 암송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임신과 또 뜻하지 않은 유산을 통해 한 생명이 출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이 땅에서 자라는 우리 자녀들 세대에 대한 간절함이 솟구쳤고 그래서 그랬는지 영어암송도 큰 진전을 보여서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몸조리 하는 동안 여러 가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분들과 카톡을 주고 받으면서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말씀들이 생각나 내 말이 아니라 그냥 암송한 말씀을 그대로 보내드렸습니다. 내 말로 위로하고 조언할 때는 간혹 오해도 생기고 더 복잡하게 해 드린 적도 있었지만, 한글이든 영어든 말씀을 그대로 전해 드렸을 때 오히려 어떠한 반발도 없이 ‘아멘’으로 응답하시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할렐루야!
이런 기쁨도 잠시, 대회 2주를 남겨두고 남편에게 감히 영어 암송 검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할 때는 거의 다 되었다 싶었는데, 아뿔사~ 그게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쓰는 것은 되는데 머릿속에 외운 말씀이 입으로 툭툭 튀어 나와야 하는데 그게... 드디어 남편의 ‘선고’가 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영어로는... 영어 암송은 지금까지 한 것으로 감사하고 한글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또 한 번 바벨탑 쌓은 사람들이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필기, 구술 다 토시 하나 틀리면 1점 감점이 되는 무서운(?) 대회이다 보니 저도 동의를 하였습니다. 또 그동안 1등 3번, 3등 1번을 통해 받은 상금은 다 하나님께서 긍휼히 보시고 돕기를 원하시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들을 위해 사용하게 하셨는데 이번에도 그런 분들이 계셔서 상금을 꼭 타야 하기도 하고...
그런데 갑자기 한글로 바꾸니 몇 개월 전에 외웠던 말씀이라 가물가물 했습니다. 진퇴양난. 다행히 2달 전에 외웠던 말씀들이 1주일 만에 다시 기억이 살아났고, 1주일 동안 마지막 점검을 계속하면서 암송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한글, 영어를 왔다 갔다 암송하면서 또 다시 깨달은 것은 한글(Korean)도 좋고, 영어(English)도 좋지만, 내게 정말로 필요한 언어는 하나의 영어, 즉 영적언어(spiritual language)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영어로든 한글로든 아무리 완벽하게 외운다 할지라도 마음으로 깨닫지 못한 말씀, 영이 열매 맺지 못한 말씀은 아무 능력도 없고 울리는 꾕과리에 불과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영어 암송 도전을 통해 개인적으로 주신 은혜가 컸고, 또 암송한 영어 성경으로 영어권 청년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그들에게도 자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었기에 이루지 못한 도전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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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암송대회 소감문(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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