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에 나오는 또 하나의 주인공 나오미 이야기는 시작부터 슬프고 읽는 내내 가슴이 시려 옵니다. 베들레헴에 흉년들었을 때 가난한 자를 돌보아야 하는 율법을 피해 동족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풍족히 챙겨서 모압으로 도망갔다가 10년 만에 남편과 두 아들 잃고 이방 며느리와 단둘이 베들레헴 귀환을 결심합니다.

이번에 베들레헴을 찾은 것도 양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베들레헴에 다시 풍년이 들었다는 말은 그들이 하나님께 회개했다는 말이고 그래서 하나님께서 다시 그들을 권고(심방)하셨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를 들을지 뻔하지만, 나오미가 벼룩의 낯짝으로 베들레헴으로 간 것은 양식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자기 백성을 용서하신 하나님을 찾아간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회개한 자가 누리는 자유입니다.

10년 만에 이방 여인 며느리를 데리고 나타난 나오미를 본 베들레헴 사람들은 [떠들며] "이 사람이 나오미냐?"라고 했습니다. 흥분하고 들떠서 소리 질렀다는 말입니다. (삼상4:5-법궤가 이스라엘 진으로 들어올 때 땅이 울렸다는 말과, 왕상1:41-솔로몬이 왕이 되었을 때 요란했다는 말과 같은 단어) 대대적으로 환영해 준 것입니다. 자신들도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용서받은 사람은 용서합니다.

유대인들의 멸시를 각오하고 하나님을 찾아 시어머니를 따라 간 룻,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베들레헴을 찾은 나오미, 원수 같은 나오미를 환영해주는 베들레헴 사람들, 이들 모두가 다 대단하지만, 보리밭에 풍성한 보리를 준비해 놓으시고(룻1:22) 나오미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예수님 부인한 것 때문에 절망하며 다시 물고기 잡으러 간 베드로, 밤새 고기잡이에 지친 그를 위해 예수님은 숯불에 떡을 구워놓으시고 그를 기다리셨습니다.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 석상에서 손에 빵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하셨는데 빵과 포도주는 몇 시간 후에 흘릴 자기의 피와 찢기실 육체였으니 자신의 죽음을 감사한 것이었습니다. 베들레헴 밭의 풍성한 보리는 나오미를 위한 주님의 피와 살이었습니다. 주님은 늘 우리를 이렇게 대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