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님은 저희 교회가 앰블러로 이사 오자마자 등록하신 최초의 새 가족 중에 한 분이십니다. 아프시기 전까지 내외분이 수요예배, 새벽기도 등 예배에 열심히 참석하셨죠. 어느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제게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면서 정밀 검사하러 간다고 기도해 달라고 하셨지요. 그 후 몇 몇 병원을 다니시면서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을 오가던 중 몸이 점점 나빠지셨습니다.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믿음으로 그 힘든 항암치료를 잘 받으셨습니다. “저는 이미 죽다가 살아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데려 가셔도 저는 괜찮아요. 목사님 걱정 마세요” 하시면서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시면서 예배 출석이 뜸하셨고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셨을 때는 ‘예수님 믿은 후 처음으로 부활절 예배를 빠졌다’고 아쉬워하셨지요. 지난 6월 3째 주일, 본당 수리가 끝나고 첫 예배를 드리는 날 마스크를 하고 권사님이 교회에 나타나셨을 때 저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마지막 두 주간 식사를 거의 못하시고 침상에 누워 계시다가도 심방을 가면 반듯이 앉으시고 예배를 드리셨습니다. 그리고 지난주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실 정도로 약해 지셨습니다. ‘목사님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이 약해집니다’ 목요일 새벽 1시 30분 김호영집사님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서 찬송을 부르고 간절히 기도를 했데 ‘아멘’이라는 권사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렸습니다. 김집사님은 자기 목소리라고 하셨지만 제 귀에는 분명히 권사님 목소리였습니다. ‘여보. 당신 아멘 했어?’ 그때 고개를 끄덕이시고 눈을 뜨시고 저를 보시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셨지요. 그것이 권사님과의 마지막 눈 맞춤,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작년 이맘 때 갓 태어난 손자 유아세례를 받게 하고 싶다고 제게 말씀하셨을 때, 유아세례는 부모의 신앙이 확실해야 한다고 제가 다음 기회를 기다리자고 했죠? 그 때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자녀들과 손자녀들의 신앙에 그토록 관심을 가지셨지요. 아들이 어머니 가까이 모시겠다고 뉴욕에서 집으로 이사를 온 다음날 권사님은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들이 제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대신 아버지 모시고 교회 가겠습니다. 그리고 둘 째 아이가 태어나면 큰 아이와 함께 유아 세례 받도록 하겠습니다”

권사님. 그토록 손자 유아세례 받기를 원하셨는데 그 꿈이 생전에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곧 이루어 질 거에요. 두 손자 유아 세례 받는 날, 하늘에서 활짝 웃으시고 기뻐하실 권사님을 생각하면서 온 가족들과 함께 저도 많이 울 것 같아요.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