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대회 간증문

내가 종일 주를 묵상하나이다

안수경

남편 따라 미국에 온 후 13년 동안 사방이 막힌 듯한 순간에도 하늘은 뚫려 있기에 오로지 새벽기도시간에 부르짖고 말씀 묵상을 통한 말씀의 인도를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왔습니다. 특별히 말씀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확실하게 안내해 준 길잡이였으며 이 광야 같은 미국 생활에 마음의 평안과 기쁨의 공급처요 생명샘이었습니다.

올해로 저는 성경 암송대회에 3번째 참가하였습니다. 3년 전에 알게 된 암송대회는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저를 더욱 더 말씀에 사로 잡혀 살게 해 준 귀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년 동안은 개인전만 참가하였다가 이 큰 유익과 기쁨을 한 분에게라도 더 전하고 싶었고 단체전으로 참가하는 교회가 부럽고 해서 암송 본문이 실린 9월부터 부지런히 복사하여 암송하기를 원하는 교인들께 나눠드리며 독려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동참하여 외웠고 다 외웠지만 사정상 참가할 수 없는 분들, 중간에 힘들어 포기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말씀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단체전에 참가한 모든 분들이 하나같이 큰 은혜를 체험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회 출전을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남편 몰래 남편이 잠든 후, 그리고 깨기 전에 암송 하면서 말씀에 힘을 얻어 남편과 친정아버지께 담대히 복음을 전했다는 한 집사님. 3년 전 먼저 남편을 천국으로 보내고 힘겹게 살아가던 중 자신이 외웠던 말씀(로마서~요한계시록)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일깨워 주었고, 남편 가신 천국의 소망을 확실히 품게 하셨다는 집사님. 남편 전도사님 신학 공부를 위해 미국에 와서 힘든 경제생활과 편치 않은 몸, 그리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생활에 만족이 없던 중 말씀을 통해 소생함을 얻은 사모님,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Westminster 신학교에서 공부하러왔다가 이번 암송대회에 참가하여 공부로 인해 자칫 메말라지기 쉬운 영성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전도사님.

각자 열심히 준비하여 저마다 자신 있다고들 하다 1주일 전 함께 모여 적기를 하고 점수를 서로 채점해 본 결과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 분명히 틀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틀릴 수가...” 나 한 명 때문에 단체전 성적이 나빠질까봐 남은 며칠을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대회 당일 새벽기도를 마친 후 교회 주차장에서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된 허리 통증은 대회 시간 내내 계속 되어 허리를 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허리 통증이 암송에 지장이 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오히려 그 통증으로 인해 대회 시간 내내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셨고, 암송대회 사상 처음으로 필기 구술 모두 만점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저의 허리 통증은 오히려 저를 겸손하게 만들어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는 고백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2년 전 대회에 처음 참석할 때에는 4째 아이 유산 후 몸조리 1달 동안 집중적으로 준비 했고, 작년 대회에도 3개월 정도 준비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암송 본문 공고가 된 9월부터 수백 번을 읽고 외우고 노트 1권을 소비할 정도로 쓰면서 8개월을 보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암송책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산책을 할 때도, 운전을 하다가도, 부엌일을 하면서도 시간만 나면 읽고 암송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종일 주를 묵상한다고 한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하루 종일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고, 1달, 3달이 아니라 8개월 내내 세상에 대한 관심은 조금은 없고, 온 종일 말씀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말씀이 내 안에 내가 말씀 안에 있는 삶,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1등을 차지하는 기쁨을 주셨습니다. 하기 힘들어하는 분들 한 분 두 분 설득하고 또 중도에 포기하는 분들이 생겨 다른 분으로 대체하는 등 단체전 출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 한 명 때문에 전체가 성적이 떨어지면 안된다’는 이상한 사명감이 다시 불붙어 결국 1등을 차지하게 된 교인들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운지...

우리교회 단체전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에 참석하신 분들의 면면을 알고 하나같이 놀라고 도전을 받았습니다. 70세 은퇴 기념으로 개인전에 참가하신 장로님, 80세가 넘은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 참가하신 분, 뇌졸중으로 기억력이 약한 가운데서도 개인전에 참가하신 분, 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해마다 참가하시는 선교사님, 그리고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25구절도 이렇게 힘든데 100구절을 외우신 사모님은 사람이 아니므니다”고 너스레를 떨던 우리 교회 단체전 팀들, 내년대회에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벌써부터 각오가 대단합니다. 대회 참석하고 돌아온 그 다음 날 주일, 7월 달 우리 교회 수련회 암송 본문 하박국 3장을 보면서 가볍게 한 마디를 내 뱉었습니다. “에게~ 19절 밖에 안되네” 그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