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수님과 가나안 여인의 대화

동족들로부터 배척받으신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의 경계를 넘어 시돈과 두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곳에서 가나안 여인이 “다윗의 자손 예수여 귀신들린 내 딸을 고쳐달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못 들은 척하셨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빨리 고쳐서 돌려보내시자고 권하지만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 외에는 내가 보냄을 받지 않았다”고 냉정히 거절하신다.

여인은 계속 도움을 구한다. 예수님, “자녀들에게 줄 떡을 개들에게 주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그런데 정작 자식(유대인)들은 떡(예수님)을 거절했다. 여인이 대답했다. “옳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네 믿음이 크다”고 하시고 딸을 고쳐 주셨다. 부스러기가 아니라 떡을 주신 것이다.

2. 여인의 외침과 예수님의 외면

“다윗의 자손 예수”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는 신앙이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처음부터 그 여인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셨을까? 1) 자신의 3중으로 비천한 신분을 알게 하시려고-민족적으로는 유대인에게 이방인(개), 여자, 딸이 귀신들림.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버림받은 자의 대표자로 손색이 없다. 이보다 불쌍한 자가 있을까.

2) 여인의 믿음을 온전케 하시기 위해, 1차 거절을 통해 여인은 자신이 영적으로 흉악히 귀신들린 자기 딸보다 더 비천한 것(개)을 알았다. 딸의 병고침보다 자신의 영적인 고침이 더 중요함을 알게 하려 하셨다. 예수님의 계획은 정확히 성취되었다. 하나님께서 못 들으신 척하심에는 다 뜻이 있다. 놀라운 지혜와 사랑이다.

3. 예수님의 발걸음

바리새인들의 집요한 공격을 피해 유대 땅 경계를 넘어 이방 땅으로 잠시 쉬러 가셨지만, 사실은 잃어버린 한 영혼, 평생 개와 같이 부스러기를 먹고 살 한 여인을 찾아 그를 주인의 식탁, 아니 아버지의 식탁에서 먹을 권세를 가진 자녀로 삼아 주셨다. 이스라엘 땅 밖에 있는 잃은 아브라함의 자손을 찾아 구원하시러... 그 발걸음이 내게도 찾아오셨다. 일일이 병자를 고쳐 주심으로 절망과 버림받은 땅에 하나님의 나라(통치)를 시작하셨다.

(기도) 자기 자식에게 쫓겨 쓸쓸히 이스라엘의 경계를 지나 이방인, 그것도 여자, 그것도 귀신들린 딸의 어머니, 이 세상의 모든 경계를 가로질러 불쌍하고 천한 자를 찾아가신 예수님. 배척당하신 자식에게 줄 떡을 가지고 그 사랑의 발걸음이 저에게도 이르렀음을 감사합니다.

주님의 못 들은 척하심에는 분명히 뜻이 있음을 압니다. 개에 지나지 않은 저의 영적 비참함을 인정하게 하시고 그런 저에게 자녀의 신분을, 부스러기가 아닌 떡을 주시기 위함임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