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버지니아에서 공부중인 하은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너무 지치고 힘들다고 기도해 달라고.

그 주 토요일이 하은이의 20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하은이에게는 비밀로 하고 내려가서 깜짝 생일 축하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하루 전 음식을 준비하고 토요일 새벽 4:30분 출발하여 5시간의 운전 끝에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하은이는 그 시간에 자원 봉사 활동을 위해 집에 없었습니다. 하은이가 올 때까지 아내와 하은이 친구들이 2시간 정도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였습니다. 그 동안 저는 딸에게 긴 편지를 썼습니다. 아빠의 딸로 태어나 주어서 고맙고, 대구-청주-마산-버지니아-필라델피아-앰블러-또 앰블러로 이사하면서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신앙생활, 학교생활, 가정생활 잘 해주고 예쁘고 착한 딸로 자라 주어서 고맙다고...

신발까지 숨기고 저와 아내는 하은이 방문 뒤에 숨었고 하림이는 누나의 의자 등받이 뒤 숨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문을 열고 들어오자 하림이가 보이자, 너무 놀란 나머지 내 지른 첫 마디 “What are you doing here?” 곧 이어 문을 젖히면서 “하은아”하고 불렀습니다. 깜짝 놀란 딸은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의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생일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이 자란 저와 아내였기에 아이들의 생일도 특별한 의미를 주지 않은 것이 우리 가정의 분위기입니다. ‘아빠가 아는 어떤 목사님은 자녀들 생일 때 금식기도 시킨다더라’라는 씨알도 안 먹히는 말을 하면서... 집으로 오는 길에 문자가 왔습니다. “Thank you for being my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