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자그마한 체구에 워낙 말씀이 없으시고 목소리도 작고 조용조용 말씀하시는 분으로 장로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한국 최고 명문대학을 졸업하시고 국가 기관 산업체에서 오래 근무하시다가 미국으로 오셔서 주급 몇 백 불의 자그마한 미국인 기업체에 다니시면서 내외분의 평생의 신앙 원칙인 “교회 근처”에서 사셨고 교회가 앰블러로 이사 오자 또 다시 교회를 쫓아 오시면서까지 예배와 기도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한 번도 자식들에게 화를 내 보지 않으셨다는 자녀들 말씀을 듣고 정말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 놀랐고 존경심이 우러나왔습니다. 4자녀 목사, 장로, 사모, 전도사로 훌륭히 키우시고 손주들 끔찍이 사랑하셨던 장로님. 그거 아세요? 손주들 보실 때 장로님 얼굴은 손주들보다 더 어려보이는 소년이셨습니다.

자식뻘인 저를 그래도 목사라고 용어 하나까지 엄선된 단어로 깍듯하게 말씀 하시는 모습에서 장로님의 겸손과 인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뭐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그 무더운 여름 5가 교회에서 가장 더운 곳인 2층 도서관의 도서 정리를 도맡아 하시다 시피 하셨고, 2년 여 전에는 주일 하루 종일 교회 계시기가 힘드셔서 오후예배를 빠지시고 금년 초에 양로원에 들어가시기 전까지 몸이 약해 지셔서 기운이 진한 때에도 예배, 성경공부 등 모임에 열심으로 참석하셨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15년이 넘었을 텐데 그 때 장로님 환청이 들리신다고 힘들어 하셨죠. 장로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장로님이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또 무슨 소리가 들려서 그것을 떨쳐버리려고 큰 소리로 찬송하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 아파하면 그 때부터 ‘앉으나 서나 장로님 생각’으로 장로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얼마 후 그 소리가 안 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하시고 오래 못 가실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또 한 번 그때와 같은 심정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지금은 아닙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님이 저의 기도를 들어 주지 않으셨습니다. 마음이 상하고 아프고 슬펐습니다. 마지막 두 따님의 환송 받으시며 편안히 주님 품에 안기셨다는 말을 듣고, 저도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주님 고난당하신 주간에 가셨네요. 어제는 주님 돌아가시고 무덤에 장사 되신 날이고 오늘은 장로님이 무덤에 들어가시네요. 잘 갖춘 장례식이 아니라 마음이 많이 아픈데, 저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목사님. 하나님께서 날짜까지 간섭하셨나 봅니다. 주님 장례식 보다 더 화려하지 않고 주님보다 더 높임 받지 않게 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맞죠?

마지막 몸이 많이 약해지셔서 양로원에 가셨을 때 방문해서 말씀을 전하고 난 후 약기운에 졸려하시기에 말씀을 이해 하셨는가 해서 드린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셨을 때 “역시 우리 장로님”하고 감탄 하곤 했답니다. 아쉬움과 그리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우리교회 첫 부자 장로 가정의 족적을 남겨 주셨고 마지막까지 꼿꼿한 신앙의 대장부의 모습 남겨 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장로님. 그동안 기도와 격려, 사랑의 수고와 믿음의 봉사, 감사했습니다.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 소년 같은 장로님의 미소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