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백발, 넓은 이마, 큰 입에 고른 치아, 한 인물 하시는 미인상, 그리고 반듯하고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 조금은 까다로워 보이시는 분. 이것이 권사님을 처음 본 저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가까이 지내고 보니 다정다감 따스하고 배려심 많기 그지없는 분이셨습니다.

주일 예배를 제외하고는 새벽기도와 수요예배는 가까운 우리 교회에 출석하셨기에 우리 교인들보다 더 자주 만나는 ‘남의 교회 교인’이셨다가 어느 날 교회 등록을 결정하셨습니다. 30분씩 남의 차를 타고 매주일 교회 가시기가 부담도 되고, 자신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이 표면적이 이유였지만 아들 가족 신앙생활을 위한 것이 실제적인 이유였지요.

널싱홈 입원 후 방문을 가면 아는 얼굴들을 보시고 빙그레 웃으시고, 때로는 어허허 소리 내어 웃으시던 권사님. 하얀 치아를 한껏 드러내시고 웃어 주실 때면 얼마나 좋고 마음이 따뜻한지 모릅니다. 특히 저와 제 아내를 보실 때는 시선을 떼지 않고 너무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셔서 약간은 민망할 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같이 가신 교인들이 “저 봐. 목사님만 보신다. 목사님이 엔간히 좋으신가보다” 하셨죠. “권사님 다음에 올께요”하고 방을 나서려면 갑자기 슬픈 얼굴을 하셔서 나오면서 혼이 났답니다.

3년 전 교회 이사와 함께 쓰러지셨으니 교회 건축 기도제목과 함께 3년을 전 교인이 권사님을 위해 기도한 셈입니다. “허 권사님 봉헌 예배 때 두발로 걸어 들어와 특송 하게 해 주옵소서” 지난 목요일 심방했을 때만 해도 봉헌예배 참석하실 것 같아 보였는데 2주 전 주일 예배를 마지막으로 봉헌예배에는 결국 오지 못하시고 천상교회로 바로 가셨네요. 지난주일 한국의 두 따님 병원에서 만나시고 어제 오후 병원에서 예배를 드릴 때 그렇게 얼굴이 평안하고 숨소리가 고르시더니 병원에서 차를 몰고 나온 지 10분 후에 운명하셨다고 전화가 왔으니 그날 마지막 예배드리기를 기다리셨던 것이었군요.

친정어머니같이 저희들을 챙기셨죠. 다른 사람들 안보게 한다고 교회로 가져 오지 않고 예배 마치고 가면서 아파트 둘러가라고 하시고 아파트 지하 통로 출구에 반찬이며 과일이며(아들 가게에서 가져 오신 것) 내려 놓으셨다고 저희 차에 실으면 뒤도 안 돌아보시고 바람처럼 아파트로 다시 올라가시던 권사님. 권사님 반찬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역대 최고였습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 그 환한 웃음으로 저희들 맞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