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둘과 사위가 2 주간 함께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후 마산 부모님댁으로 내려와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에 온 지 1달 만에 효도할 기회가 생겨 열심히 했습니다. 23평 아파트가 두 분이 사시기에는 넉넉한 공간이지만 버리지 못한 수십년 된 골동품을 비롯해서 얼기설기 섞여 있는 냉장고 음식물 등 처리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산더미 같은 일거리를 앞에 두고 저는 엄두도 안 났지만, 30년차 주부인 아내는 달랐습니다. 버리고 물건을 사오고 3일을 꼬박 잠도 거의 자지않고 일하더니 새집이 된 느낌입니다. 정리 정돈의 대가라고 알고 있었지만,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이었습니다.

청소 마지막 날인 금요일 밤 아버지 서재실 청소를 하던 중 아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 바퀴 벌레 바퀴 벌레” 깜짝 놀라 거실로 나갔더니 엄지 손가락만한 바퀴 벌레 한 마리가 이리 저리 도망 다니다가 그릇장 뒤에 숨었습니다. 평생 그렇게 큰 놈은 처음이라 저도 흠칫 놀라면서 한 손에 걸레, 한 손엔 살충제를 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도무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샬충제를 여기 저기 뿌리고 기다리다가 지쳐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고 있는데 아내는 끝장을 볼 생각으로 그 놈을 기다렸습니다. 

한참 후 또 한 번의 비명 소리가 들려 급히 밖으로 나갔더니 아내의 눈에 발각된 그놈이 아내가 뿌린 살충제에 죽어 있었습니다. 살충제를 얼마나 뿌려댔던지 그놈이 그의 살충제에 잠겨 익사를 한 것 같았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아내는 그놈을 잡기 전에는 잠을 자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한참을 가다리다 눈을 뜬 채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내일 할 일도 많은데 오늘 밤 잠을 자야 합니다 바퀴벌레가 빨리 나오게 해 주세요” 그런데 그 짧은 기도가 끝나자마자 그놈이 갑자기 출현했고 결말은 그렇게 되었습니다. 평생 비퀴벌레 나오게 해 달라는 기도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양가 부모님은 아직까지는 건강하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틀 전 아버지께서 발목이 붓고 물이 차고 통증이 심해 한 발자국도 걸으실 수 없게 되어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업고 아파트 3층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주사기로 물을 빼내고 항생제 처방으로 치료 중이십니다.

아버지를 업어 본 것이 얼마 만인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아마 처음 있는 일일 겁니다. 가벼우셨습니다. 평생 처음 아버지를 업은 아들과 아들 등에 평생 처음으로 업히신 아버지 사이에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수 없이 업어 주셨지만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확실히 자식의 부모 사랑보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 크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천국 가시기까지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혹시라도 그럴 일이 있으면 실컷 업어 드려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희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교회와 아프신 교우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